[t:/]$ 철산동 블루스_

그와 그녀의 사진기의 이야기.

2014/07/15

찍지말아요 남자가 손사래를 쳤다 사실 여자는 강남 역삼 선릉을 지나는 동안 내내 망설였다 아빠가 쓰던 오래된 카메라를 들고 나왔는데 어떻게 해도 필름이 들어가질 않았던 것이다 마침 옆에 서있던 남자는 보란듯이 커다란 렌즈의 카메라를 메고 있었다 삼성역에 이르러 용기를 냈다 저기요 저기 혹시 이거 필름 좀 넣어주실래요 하는데 문이 열리며 인파가 우르르 들어온다 어디 가시는데요 아 필름을 감을 줄 몰라서요 어디 가시는데요 잠실 야구장이요 남자가 웃는 듯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더니 사람이 많으니 거기서 해 드릴께요 한다 종합운동장 역은 주말 저녁인 탓에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혼자 오셨어요 아니요 만날 사람이 있어요 여자는 테스트 샷으로 남자를 찍는다 손사래를 친다 찍지말아요 쪽팔려요 하는데 여자는 삼루 관중석을 예매했다며 인사를 꾸벅하고는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남자는 사실 네 정거장이나 지나쳐온 터였다 낡은 미놀타 카메라가 눈에 띈 때문이리라고 생각했다 강남역에는 돤씨와 라엿과 그 패거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 늦는다 전화를 하려는데 문자 소리가 났다 “오늘 파토임 부루노 이새끼가 또 배신 이상 끝” 서울까지 왔는데 이게 뭐람 남자는 혼자서 외야석에 입장해보기로 했다 경기는 벌써 3회를 지나고 있었다 땅볼 삼진 땅볼 내가 왜 야구장에 앉아 있을까 남자는 뷰파인더에 눈을 맞추어본다 수 년 만에 쳐다보는 뷰파인더가 낯설었지만 선명한 선수들의 모습에 자뭇 놀랐다 어랍쇼 아까 그 여자다 그 여자가 삼루석에 앉아있다 옆에는 한 무리의 남자들이 있었지만 찬찬히 살펴보니 일행은 아닌 것 같다 5회가 지났다 여자는 혼자였다 나는 간간히 선수들의 모습을 담았다 7회가 지났다 여자는 경기를 보지 않는다 여자는 혼자만 다른 공간에 앉아 있는 듯 했다 고개를 떨군 채 삼진 땅볼 삼진이 흘러간다 야구가 9회짜리 경기였던가 남자가 카메라를 챙겨 일어난다 제일 큰 게이트에 서면 어쩌면 어쩌면 여자를 만날 수 있을 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돤씨놈들이 배반한 마당에 어쩌면 어쩌면… 세상 일이 드라마 같이 이루어질리가 없다 엄청난 인파가 몰려오며 무적엘지를 외쳤다 아 부루노 개새끼 좇같은 엘지 여자의 흔적은 오간데 없었고 남자는 강남가는 지하철을 탔다 참 요상하고 허망한 하루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카이!

남자는 여자에게 한우를 좋아한다고 고백해 버린다! 1등급 꽃등심은 1인분에 6만원! 고기 한 점에 흔들리는 두 남녀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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